SYNOPSIS
겨울이 한 걸음 앞
Scene

겨울이 한 걸음 앞까지 성큼 다가왔다. 그럼에도 태준은 여전히 얇은 코트만 하나 딸랑 입었을 뿐이었다.―코트 색은 코발트 블루였다.― 원체 체온이 높아 추위를 잘 타지 않기도 했고, 모델 출신이라 날씨보다 패션을 좀 더 신경쓰는 것이었다.


"감기 걸려."


그런 태준을 보며 선우는 매일 한 마디씩 했다. 선우는 추위를 잘 탔고, 그의 차림은 이미 롱패딩에 귀마개와 목도리까지 장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곧 그의 장비 하나가 해제 되었다. 목이 유난히 훤한 태준의 목에 선우의 목도리가 둘둘 감겼다. 귀마개도 빼려는 손 등 위로 태준의 손이 겹쳤다.


"형이 더 추위 타잖아요."


다시 선우의 귀를 제대로 감쌀 수 있게 귀마개를 고쳐주고는 눈을 마주친다. 시선이 오가고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오늘 촬영 잘 하고 와."

"형도, 일 화이팅해요."


각자의 일터로 향하기 전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두 사람은 각각 저가 가야 할 곳으로 향했다.




**




"와, 이 목도리 누구 꺼야? 색 너무 예쁘다."

"만지지 마세요."


곱게 개어 바로 옆에 두었건만 굳이 타인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저의는 무엇일까. 물론 선우의 안목이 아주 높아서 태준에게 선물한 목도리와 장갑은 아주 예쁘고 좋은 것이었다.―매일을 빌려주다보니 결국 태준의 것을 선물하고야 말았다.―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탐낼만 했다. 그러나 태준은 제 물건에, 그것도 선우가 선물한 것에 타인의 손길 자체가 묻는 것이 싫었다. 예쁘다며 칭찬하는 이가, 아무리 저보다 훨씬 선배인 분이라 하더라도 싫음을 어필하는데에 망설일 것이 없었다.

잔뜩 까칠한 말투로 그의 손에 들린 제 것을 떼냈다. 선배는 민망했던지 얼굴을 확 붉히며 미안하다 말했지만 태준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차, 싶어서 돌아보았다. 선우가 일터에서는 예의바르게 굴라고 말해왔던 게 생각났던 터다.


"됐어요."


여전히 결코 살갑지 않았지만 태준은 충분히 저가 예의를 차렸다고 생각하며 다시 목도리와 장갑을 소중하게 제 옆에 정돈했다. 사실 태준은 겨울이라고 해서 딱히 장갑도 목도리도 착용하지 않는 타입이었지만 선우가 선물해주었으니 아주 열심히 하고 다니는 중이었다. 매는 게 서툴러 엉성하게 둘둘 둘러맬 뿐이었지만.


'목도리가 이게 뭐야.'


선우가 막 먼저 집을 나서려던 태준에게로 손을 까딱 움직였다. 허리를 숙이라는 신호였다. 선우는 태준이 허리를 숙이자 태준의 목을 두른 목도리 끝을 살짝 잡아 끌었다. 제대로 매어있지 않던 목도리가 주르륵 풀어졌다. 그 정도면 하나 마나한 상태였다. 선우가 다시 제대로 매주는 동안 태준은 선우의 얼굴을 내내 쳐다보고 있었다. 목도리가 매듭까지 완성되고 선우가 얼굴을 들자 그게 신호라도 되는 듯 태준이 가볍게 선우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선우는 눈을 한 번 끔뻑하고는, 씨익 웃으며 태준의 머리를 헝클였다. 그리고 잘 다녀오라 말했다. 그게 바로 두 시간 전의 일이었다.

태준은 벌써 선우가 보고 싶어져서 제 목도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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