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 브라우니, 마카다미아 밀크 카라멜, 피넛버터쿠키, 마시멜로우, 바닐라 라떼, 스트로베리 캔디, 솔티드 카라멜 마카롱, 퐁당쇼콜라. 단어를 읊기만 해도 입 안에 단 맛이 화악 느껴질만큼 달달한 이 메뉴들. 모두 선우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물론 이런 간식거리 외에도 단 음식을 좋아하지만 선우는 특히나 달디 단 디저트들을 참 좋아했다. 그러나 그는 연예인이었고, 늘 체중과 몸매 관리를 해야하는 기로에 놓여 단 걸 먹지 못하는데에 괴로워하곤 했다. 가끔 저가 먹고 싶은 걸 태준에게 대신 먹이기도 하며 대리 만족을 하기도 하고.
그런 선우이기에 태준은 이번 그의 생일에 달달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연히 ‘그런’ 게 실제로 있단 얘기만 듣고 이거다 싶어 백방으로 찾아 구해냈다. 선우의 반응이 어떨지 전혀 감이 오지는 않았지만 태준은 나름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포장지 차원으로 옷도 예쁜 색 셔츠를 입고 목에도 리본을 둘러맨 채, 두근거리며 선우를 기다릴 차례였다.
“뭐해? 남태준.”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태준이 짜잔, 하고 서프라이즈를 하려던 계획과는 달리 선우는 아직 채 준비를 마치지 못 했던 태준의 앞에 나타나버렸다. 그러더니 보자마자 김빠지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태준은 제가 입은 초콜릿 속옷 쪽으로 그저 시선을 잠시 내렸다가 마는 선우를 보고 그만 위축이 되어버렸다. 자신감 있게 포장지 벗겨보세요 하려고 했건만.
“형 선물이요...”
“그거, 내 생일인데 남태준 좋은 일 아냐?”
앗 그건 또 그런가. 태준이 준비한 초콜릿 속옷은 말 그대로 초콜릿으로 만든 일회용 속옷이었다. 그리고 선우가 이걸 먹으려면 하나하나 초콜릿의 봉인을 풀어내야 하고 그렇게 되면... 태준은 그제야 제가 의도한 건 아님에도 이 선물은 저 좋은일이었음을 수긍하게 됐다. 에잇 그러려던 건 아닌데. 모르겠어요, 먹든 벗기든 마음대로 해요. 태준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대로 침대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꽤 시큰둥해 보였던 선우가 픽 웃더니 슬금 태준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곤 일부러 손을 쓰지 않으면서 속옷의 초콜릿을 해제시키기 시작했다. 정말 제대로 하는 모습에 태준은 진짜로 선우의 생일이 제 생일인가 싶은 기분이 들었다. 숨을 삼켜내며 괜히 선우의 손목을 붙들었다. 잠시간 파고들어 녹아버린 초콜릿이 선우의 입술에 묻어나고,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불량초코맛이야. 내 입맛은 아니다.”
“그..래요?”
“그치만, 색다르고 좋네.”
선우가 좋다면, 다행이었다. 다시 선우가 초콜릿 발굴 작업에 착수하러 고개를 내렸을 때, 태준은 손을 뻗어 협탁에 진짜로 준비 했던 네모난 초콜릿 박스를 열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선우가 하던 일을 멈추었다. 뭐하나 싶어 물끄러미 저를 향하는 시선에, 태준은 박스에서 고급스런 초코 코팅이 된 동그란 피스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는 말했다.
“이것도 먹어요.”
커미션 : 럭님 (@ ruckcommi)
싸구려 맛으로 끝낼 순 없는지라. 선우는 태준이 하는 양을 바라보다 가만히 입만 아 하고 벌렸다. 태준은 초콜릿을 입에 문채 선우에게로 다가갔다. 선우의 입에 닿아 반으로 쪼개진 초콜릿의 안 쪽에서 진한 와인향이 퍼졌다. 두 사람의 혀에도 초코와 와인의 맛이 이리저리 뒤섞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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